안녕하세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아만다입니다.
이번 글은 사춘기 중학생 아들과 함께 화계사 템플스테이에 직접 참여하며 느꼈던 시간을 기록한 후기입니다.
프로그램 일정과 운영 내용은 공식 안내를 함께 참고했고, 본문에는 부모의 입장에서 느꼈던 변화와 소중했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 않아 마음속 숙제로만 남겨둔 일들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템플스테이'가 딱 그랬어요. "언젠가 혼자서라도 꼭 가봐야지" 하고 다짐만 수십 번 했지만, 정작 신청 방법도 막막하고 왠지 모를 낯섦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시간만 속절없이 흘려보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국립공원 건강 나누리캠프 참가자를 대상으로 템플스테이 참여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은 거죠.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정말 내가 가게 되는 건가?" 하는 떨림과 함께, 이번 일정은 특별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요즘 중학생 아들과 한 집에 살면서도 어쩐지 거실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이가 된 것 같아 내심 서운했거든요.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 산사에서의 하룻밤이라니,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화계사로 향했습니다.

도심 속 쉼표, 화계사의 첫인상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화계사는 정말 신기한 곳이었어요. 분명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한 도심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일주문을 지나 사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공기의 결이 확 바뀌더라고요. 북한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이곳은 도시와 가깝지만, 산사의 고즈넉한 향기를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수행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비로소 '아, 정말 왔구나' 싶더군요. 잿빛 옷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몸이 편해지니 마음도 덩달아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체험형으로 진행되었는데, 사찰 투어부터 명상, 그리고 기대했던 스님과의 차담까지 알찬 일정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말보다 어려운 '마음'을 나누는 족욕 시간
템플스테이 첫날 저녁,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족욕 체험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솔직히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어색했어요. 평소에도 아들과 장난은 자주 치지만, 제가 아들의 발을 닦아주거나 반대로 아들이 제 발을 만지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거든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는데 아들도 쑥스러운지 연신 헛웃음만 짓더라고요. 저 역시 민망함을 감추려 괜히 "아이고, 발이 왜 이렇게 커졌냐" 하며 농담만 던졌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분위기가 차분해졌습니다. 물의 온기가 몸으로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문이 열렸어요.
매일 식탁에서 "밥 먹었니?", "공부 다 했어?" 같은 건조한 질문만 오갔는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고민,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아들이 요즘 느끼는 힘든 감정들까지... 저도 미처 하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걱정과 고마움을 조심스레 꺼내 놓았습니다. 거창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아주 소중한 멈춤의 시간이었어요.
주지 스님의 법문, 그리고 눈물 한 방울
저녁 예불 후 이어진 주지 스님의 말씀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 자녀 사이의 인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배려와 이해'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조용한 법당 안에서 스님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옆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부모님들이 많더라고요. 저 역시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답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밤들, 버럭 화를 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던 날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울고 웃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거든요. 그 힘든 시간을 지나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두 손을 꼭 잡고 마주한 찰나의 순간
프로그램 마지막 즈음,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두 손을 맞잡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매일 보는 얼굴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빤히 쳐다보려니 처음엔 어찌나 부끄러운지 웃음이 터질 뻔했어요. 하지만 몇 초가 지나자 온전히 아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훌쩍 컸을까, 언제 이렇게 어른스러운 눈빛을 갖게 되었을까.' 거칠어진 손마디와 듬직해진 어깨를 느끼니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평소에는 잔소리할 거리만 보이고 부족한 점만 챙기기 바빴는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조건 없이 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들도 제 손을 힘주어 잡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화계사 템플스테이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며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우리는 늘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려고만 하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함께 멈춰 서서 서로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화계사에서의 1박 2일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잠시 빠져나와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고, 엉킨 마음을 푸는 치유의 시간이었어요. 혼자 오신 분들도 많았는데, 북한산 둘레길을 걷거나 염주를 만들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마음은 굴뚝같지만 망설이고만 계신가요? 혼자여도 좋고,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좋습니다. 화계사의 맑은 공기와 따뜻한 차 한 잔이 여러분에게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건넬지도 몰라요.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한 번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템플스테이는 며칠 동안 진행되나요?
A. 제가 다녀온 화계사 템플스테이는 기본적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운영됩니다. 체험형과 휴식형이 있는데, 가족과 함께라면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체험형을 추천드려요.
Q. 종교가 불교가 아닌데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A. 전혀 상관없습니다. 종교적인 강요보다는 자기 성찰과 휴식, 한국 전통문화 체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무교이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도 편안하게 참여하시더라고요.
Q. 중학생 아들이 지루해하지 않았나요?
A. 처음엔 스마트폰도 못 하고 조용히 있어야 해서 어색해했지만, 의외로 108배나 염주 만들기, 족욕 체험 같은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해요. 무엇보다 단둘이 이야기 나눈 게 좋았다고 하네요.
Q. 준비물은 무엇이 필요한가요?
A. 사찰에서 수행복(상의, 하의)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갈아입을 속옷, 수건, 세면도구, 산책할 때 신을 편한 신발 정도만 챙기시면 됩니다.
마무리
이번 템플스테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아들과의 거리가 한 뼘 더 가까워진 것입니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서로의 마음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아요. 살아가다 또다시 지치고 힘든 날이 오면, 저는 화계사의 고요한 풍경 소리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따뜻한 쉼표 하나가 더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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